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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두두두. 우리 집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백 년 전에 죽었던 사람들이 찾아와 마구 두드리는 것만 같다. -p.22

→ 이런 발상 자체가 놀라기도 했으며, 나 또한 그 양지화원 안에 있는 거 같은 기분이 들어 더 기억에 남는 문장이였다.

 

2.

그런데 장우는 뭔가 복잡한 관계를 매우 쉽게 말했다. 도대체 집집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 것일까. -p.40

→장우네 가정사는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각각 재혼하셨다. 사실 어른입장에서 봤을땐 '이게 무슨 문제야? 흔한일 아니야?'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큰 문제다. 하지만 동화 속에서 장우는 되게 덤덤하게 말한다. 그에 대한 현성이의 생각이 나오는 부분인데, 나도 생각해보면 현성이보단 장우쪽이였던거 같다. 내가 살면서 첫 기억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푸세식 화장실 딸린 좁은 집에서 매일 같이 엄마따라갈래 아빠따라갈래를 들었던 기억이다. 정말 너무 힘들고 울기도 많이 했지만, 뭔가 남들한테 말할땐 덤덤하게 말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랬다. 아마 장우도 현성이가 생각하는 거 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였으리라 짐작해본다.

 

3.

이 집은 힘들다기보다는 속상한 집이다. -p.77

→ 이 문장 뒤에 무엇이 속상한지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지만 이거랑 별개로 이 문장을 읽는데 뭔가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이게 동화라고 생각하고 읽어서 그렇지 과연 그런 환경에 내가 놓였을 때 나는 불평불만 안하고 이런 마음을 품을 수 있을까? 아이의 순수함 + 너무 빨리 커버린 성숙한 아이를 나타내는 문장같아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참 많이 속상했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4.

그렇다면 백 년 전에는 혹시 닭이 삶은 달걀을 낳지 않았을까. -p.79

→ 이 부분은 보고 빵 터졌다. 삶은 달걀을 낳으려면 아니 애초에 닭 뱃 속에 달걀이 삶은 달걀이 되려면 이미 닭은.. 아이들의 순수함은 웃음을 짓게하는 힘이 있다.

 

5.

"(중략) 우리는 부모님이랑 살면서도 버려진 것 같아." -p.113

→ 장우가 마냥 아무렇지만은 않다는 게 여기서 드러난다. 우리도 엄마아빠가 우리 형제들을 가지고 자주 다툰 적이 있다. 애들 너가 키워라 너가 데려가라. 벌써 20년도 넘은 기억이지만 아직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은데 이걸 현재 진행형으로 겪고 있을 장우의 마음은 오죽할까. 마냥 사랑만 받고 자라도 부족할 나이에..

 

6.

"나는 속이 넓어서 욕하는 사람들은 다 담아 둬. 다 갚아줄 거 거든." -p.118

→ 이 부분을 보고 두 번째로 빵 터졌다. 이야기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흔히 개그맨, 개그우먼들이 많이 쓰는 방법이기도 하고 예전에 나영석 PD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 말이다. '나는 속이 넓어서' 까지만 읽었을 때는 당연히 '그런거 신경안써' 라든지, '괜찮아' 같은 내용이 따라올 꺼 같은데 넓기 때문에 많이 담아둘 수 있다라. 다시 읽어봐도 재밌는 표현이다. 장우랑 친구하고 싶다.

 

7.

"우리 엄마는 남이 해 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대." -p.142

→ 이 문장을 읽는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가끔 부부끼리 나오는 프로그램에서도 나오는 얘기지만 다들 웃고 넘어가는데 이 문장의 숨은 뜻을 살펴보면 그때는 몰랐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고생을 한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다. 엄마 미안한데 그래도 난 엄마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어.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김려령(Kim Ryeo-r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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